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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만 책과의 만남도 첫 인상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지는 않는다.책의 첫 부분이 좋았다고 너무 기대하지 않고, 살짝 미흡했대도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오랜만에 처음부터 설레이는 책을 만났다.시인 나희덕의 여행 산문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처음의 다섯 챕터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일부러 뒤를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둘 만큼.여운을 오래 느끼고 음미하고 싶었고, 그런 후에 비로소 뒤 이어 읽었다.나희덕 시인의 존재나 작품을 모르는 건 아니다. 오래전에 좋아했다가 또 오래동안 잊고 있었다. 문학 커뮤니티에서 늘 소식이 들려왔기에 ‘잘 살고 활동 잘 하고 계시는군’ 이랬다.^^그러다 오랜만에 읽어서일까. 바짝 마른 대지가 반가운 비를 흡수하듯이 책을 읽었다.책의 거의 모든 이야기가 와 닿았고, 글 한 문장 한 문장이 필사하고 싶었다.거기에다가 영국, 터키, 슬로베니아, 미국, 인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을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는 재밋거리였다.나희덕 시인 자체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들, 많은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여전히 시 詩 앞에서 열정을 가지며, 겸허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시어만의 매력적인 표현은 감성을 자극하고 정신을 일깨운다.하늘, 바람, 동물, 식물, 땅, 자연에 대한 섬세한 인식은 역시 시인은 다르구나 했다.적요로운 등. 무연히 홀로 생각에 잠겨.이런 표현이 참 시적이고도 멋스럽다.여행을 통해 터득한 깨알같은 경험들, 독서와 창작을 통한 인문학적 교양은 재미와 유익을 선사해 준다.화려하거나 장엄한 유럽의 유적지에서, 그보다는 그 곳에 있던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좋더라, 는 문장에 절로 동감했다. (65쪽)시인과 떨어져있던 긴 시간 동안에 시인은 이렇게 깊어졌구나, 느낄 수 있었다.팬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앞으로 다시 시인과 같이 호흡하고 싶어졌다.책 속의 사진들은 허세 부리지 않으면서도 근사하다.어떻게 설명을 못 하겠네. ^^;이제는 시인의 시를 읽을 차례인가.안 그래도 이 가을에 읽으려고 시집 몇 권 쟁여놨었는데 거기에 슬그머니 끼워 넣어야겠다.감사하고, 감동하고, 즐거웠던 독서였다.글을 쓴다는 것은 일상적 시간에 대항하면서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일이다. ( p.59)나무가 바람에 굽은 것처럼, 인간 역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단련되기 마련이다. 고통이 주어졌다는 것은 신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삶을 강하게 구부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지? 더 낮게, 더 낮게, 엎드리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뿌리는 흙을 향해 더 맹렬하게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엎드렸던 흔적들을 나무도 사람도 지니고 있다. ( p.33)그에게는 아직 삶을 버티게 하는 두 가지 무기가 남아 있다. 두 마리 개와 한 권의 책.개는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일 것이고, 책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그의 정신을 지켜줄 것이다. 어두워지는 거리에 서서 그를 오래 바라보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p.28)뒤틀리는 손으로 아주 천천히 숫자 버튼을 눌렀지만, 말을 잘 듣지 않는 손가락들은 자주 에러를 냈다. 그러면 친절한 그의 동료가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다. 물건을 사려고 기다리는 고객들 중에 그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짜증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20)안네의 집 창문들은 모두 당시처럼 검은 종이로 가려져 있었다. 그 위에는 안네가 간절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적혀 있다.자전거를 타고,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고, 세상을 보고, 청춘을 맛보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 p.127)내 책상 위에 메모꽂이에는 미국 시인 에이드리엔 리치의 일기 한 대목이 적혀 있었다.-내 삶을 더욱 강인하게 단련할 필요성-맹목적인 분노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사람과 만나는 것을 줄일 것-작업과 고독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자신의 삶의 스타일을 지켜나갈 것-낭비를 줄일 것-시에 대해 더욱 치열해지자
나희덕 시인이 5년 만에 펴낸 산문집
45편의 산문을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엮다
산책은 가만히 있는 풍경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내면의 사색에 빠져든다. 따라서 산책은 동적인 행위인 동시에 내면에 몰입하는 정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의외로 우리는 이 ‘가벼운 산책’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한다. 비장함이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무언가 채워지고, 누군가와 나누지 않으니 풍경은 오롯이 혼자만의 것이 된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에게 산책은 취미이자 일상이 되어왔다.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깊이 있는 시들을 써온 나희덕 시인 역시 매일같이 산책을 즐기는 ‘산책자’이다.
이 책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는 나희덕 시인이 국내외 산책길에서 만난 45편의 산문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산문집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에 이어 5년 만에 펴내는 세번째 산문집이다.
여는 시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 _4
비의 방 _14
구부러진 손가락들 _19
빵을 먹는다는 것은 _23
온기에 대하여 _27
개와 주인이 닮은 이유는 _29
엎드릴 수밖에 없다 _32
묘비 대신 벤치를 _38
저 구름을 가져갈 수 있다면 _40
연애소설 읽는 노인 _45
그 시계 속에는 누가 사나 _48
오, 시간이여 _61
아이들, 천국의 입구 _65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일지라도 _72
너무 많은 자물쇠들 _75
카파도키아의 창문들 _77
비둘기엄마 _84
새들아, 이리 오렴 _86
뒷모습을 가졌다는 것 _90
불을 끄고 별을 켜다 _94
이 손수건으로 무엇을 닦을 것인가 _99
세 개의 반지 _101
봄을 봄 _105
물위의 집 _111
소로는 왜 숲으로 갔을까 _113
소멸의 방 _116
그들은 방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_119
다시, 책상 앞에서 _131
나쁜 뉴스는 없습니다 _133
저 손에 평화를! _138
흰건반과 검은건반 _140
활화산에게 시를 읽어주다 _142
벽은 말한다 _147
내려놓아라 _149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_154
탐지자의 고독 _158
한 접시의 가을이 익어간다 _163
차 한잔의 무게 _165
초록 소파와 함께 _169
터미널이라는 곳 _171
인생이라는 부동산 _174
간이역들을 추억함 _176
두루미들이 날아가기 전에 _184
소록도에서의 성만찬 _188
두 조나단 사이에서 _194
사이렌의 노래들 _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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