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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물 안에서 살고 있는 개구리가 알 수 있는 세상은 우물 안이 전부일 수밖에 없으므로, 우물 밖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 사람을 빗대는 말입니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세상사는 이치를 깨치는 학문이고 보면 철학자는 세상을 두루 알아야 할 것입니다. <여행, 길 위의 철학>은 멀리는 플라톤으로부터 니체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달리하는 철학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세우는 과정에서 해냈던 여행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요즘에는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파악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뿐 아니라 세계를 이웃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가깝게 만들 정도로 교통이 발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대에는 여행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속된 말이 그 옛날에는 더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책에서 처음 다루는 철학자의 여행은 기원전 6세기 무렵의 솔론, 플라톤, 아폴로니우스 등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래된 세상의 지혜를 찾아 나선 여행인 경우도 있습니다만 때로는 누군가에게 쫓겨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좋은 기회였음은 분명합니다. 이븐 시나 혹은 알 카잘리의 철학을 다룬 ‘페르시아에서 지식의 근원을 찾다’는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슬람에서 여행이 은유하는 바는 신비로운 생각과 감정이 함께 스며있는 공통의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다(77쪽)”
이슬람에서 말하는 신비한 여행의 전형은 무함마드의 미라지(mi raj)를 꼽는다고 합니다. 메카의 카바사원에서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 도착해서 승천하는 경험을 하룻 밤에 해치웠다니 말입니다. 무함마드의 미라지는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파리드 알딘 아타르의 <새들의 언어>를 통하여 영혼의 정화와 성장과정으로 그려졌다고 합니다. 즉, “한 마리의 새가 창조주를 찾아 하늘을 날아가 스스로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고 초월의 경지로 들어서면서 신 앞에 자신을 내려놓는 깨달음의 이미지가 더 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니체의 초인 역시 사색을 겸한 그의 여행에서 탄생한 것이고 본다면 스스로 안으로 천착할 수 있는 그런 장소로의 여행을 통하여 얻어낸 성과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성맞춤한 장소를 만나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았던가 봅니다.
루소 역시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8권>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 소란스러운 세상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외로움은 나를 괴롭혔다. 나는 계속해서 장소를 옮겨야했고, 또 어느 곳에서도 편안하지 못했다(206쪽)” 이런 루소의 방랑벽을 ‘여행중독증후군’으로 진단한 이는 보르도대학의 에마뉘엘 레지교수였습니다. 루소와 같은 방랑벽에는 체질적 혹은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루소는 여행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옮기지 앓았다는데, 진정한 철학적 여행은 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루소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고 전적으로 자신을 즐기는 일종의 방랑여행과 달리 일 때문에 하는 사회적 여행은 사람들이 사는 사회적 공간을 지나게 되고 경제적 목적을 따르기 마련이라 했습니다(218쪽).
그밖에도 그자비에 드메스트로가 쓴 <내 방 여행하기>도 관심을 끄는 대목입니다. 이동하지 않는 방은 세상의 모든 부와 좋은 것들이 들어 있는 기쁨의 장소로, 철학적 자극을 주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니체에 관한 글의 한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이제 우리는 거의 강의 시원에 와있다, 외관상으로는 단순하다, 시간과 공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이 끝나가는 것이다(348쪽)”
영원한 여행자, 위대한 철학자
세계를 주유하다, 인간을 탐구하다
철학과 가장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활동이 무엇일까? 독서나 사색, 대화처럼 정적인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놀랍게도 철학과 가장 닮아 있는 활동은 여행이다. 새로운 세계와 만나고 자신을 발견하는 데 여행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흰 수염에 튜닉을 입고 도서관 같은 곳에 틀어박혀서 일부 학자들만 아는 어려운 개념어를 사용해서 형이상학적인 사유에 몰두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철학자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외국에 사는 현인을 만나기 위해 험준한 산을 넘고 거친 바다를 건너는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았다. 신기하게도 생각이란 것은 꽉 막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다가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 보이던 길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철학자들은 대부분 여행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이를 세계 속에 펼쳐놓고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부유하는 생각을 손에 움켜잡기 위해,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을 완성하기 위해 위험한 여행에 나섰다.
이 책은 철학자들의 여행이 철학으로 열매 맺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12명의 철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들이 모여 솔론과 라이프니츠, 루소의 여행을 되짚어가며 그들이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플라톤과 마테오 리치, 바쿠닌처럼 자신의 철학을 세상에 관철시키기 위해 여행했던 모습도 그려낸다. 일견 다른 듯 보이지만 두 과정이 모두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즉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었다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철학자들의 여행 이야기를 엿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서문| 철학자의 여행법 _ 007
오래된 지혜를 찾아 떠나다(솔론?플라톤?아폴로니우스) _ 019
아프리카 시골 청년, 기독교 성인이 되다(아우구스티누스) _ 047
페르시아에서 지식의 근원을 찾다(이븐 시나?알 가잘리) _ 075
여행, 의심을 없애는 과정(토마스 아퀴나스) _ 099
서양에서 온 선비, 중국의 마음을 훔치다(마테오 리치) _ 117
세 개의 시민권을 가진 철학자(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_ 147
파리로 간 밀라노의 계몽주의자(피에트로 베리?알레산드로 베리?체사레 베카리아) _ 173
방랑하는 인간, 영원한 여행자(장 자크 루소) _ 203
내 방 여행 안내서(멘 드 비랑?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스탕달) _ 237
플라톤의 이탈리아 상상여행(빈첸초 쿠오코) _ 261
유토피아와 혁명을 찾아서(토머스 칼라일?미하일 바쿠닌) _ 285
나약한 인간, 초인의 신화를 쓰다(프리드리히 니체) _ 315
참고문헌 _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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