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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 치누아 아체베 著 10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은 감회가 새로웠다. 치누아 아체베의 매그넘 오퍼스라고 불리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땐 ‘백인 제국주의에 의해 해체되는 아프리카 원주민 사회 이야기’ 정도의 배경지식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가 뜻밖의 전개에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백인 대 원주민의 대결구도가 작품 전반에 걸쳐 팽팽하게 지속되리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소설은 주인공 오콩코의 인생과 우무오피아 마을의 대소사를 생동감있게 그려내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백인과의 접촉 그 이전의, 분명한 전통과 확고한 믿음체계 속에 살던 이보 원주민들의 생활을 비록 픽션이지만 ‘있는 그대로’ 서술한 본 작품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여느 사회처럼 크고 작은 소동을 겪으며 관혼상제에 참석하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비극에 휘말리기도 했던 원주민의 삶이야말로 백인 제국주의를 반박하는 가장 강력한 당위가 아니고서야 무엇이겠는가 A proud heart can survive a general failure because such a failure does not prick its pride. It is more difficult and more bitter when a man fails alone. p. 24 재독再讀을 하며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책의 플롯이 고전적인 비극의 형식을 충실히 답습했다는 것이다.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오콩코는 그런 비극적 주인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남성다움’을 표방하는 오콩코의 불운에 그의 주변에서는 예언 같은 충고를 던진다. 무능력한 아버지 우노코를 닮고 싶지 않았던 그의 강박관념은 그를 위대한 전사의 자리로 이끈 동시에 개인적인 파멸로 인도한다. 오콩코는 누구보다 남성답고 부족중심적이어야 할 장남 은오예의 변절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린다. 그건 망령 같은 것이다. 또한 운명 같은 것이다. He has put a knife on things that held us together and we have fallen apart. p. 166 인격적인 결함이 분명한 오콩코만큼이나 우무오피아 사회 또한 완전무결한 유토피아는 아니다. 이것 또한 사회, 그것도 어찌보면 은오예가 오콩코를 배신하게끔 만든 구조가 내재된 사회다. 그렇지만 오콩코의 비극이 설령 그가 자초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악발라(Agbala)나 오구구(Ogwugwu)의 저주에 의해서 처벌받고 그 자신의 치(chi)에 의해서만 단죄받는 것으로 종결되었어야 했다. 비극은 그의 사회 안에서 끝났어야 했다. 오콩코는 강인한 남자였다. 처음으로 소작을 하던 해 전례 없는 가뭄이 닥쳤음에도 어찌어찌 살아남았으며 실수로 죄를 범해 7년간 외부로 쫓겨났을 때도 재기를 꿈꾸며 버텨냈다. 그러나 돌아온 그의 고향은 이미 백인 문명의 침투로 인해 서로를 엮고 있던 끈과 연이 떨어진 상태였다. 제목 『산산이 부서지다』는 이렇게 핵심을 찌른다. 있어서는 안 될 외부의 개입은 부족의 단합은 물론 오콩코의 의지마저 산산이 무너트려 버렸다. 부족의 정신을 끝까지 지키려 했으나 아버지의 고향조차 더는 예전같지 않음을 깨달은 오콩코는 결국 최후의 선택을 한다. 이러한 비극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따위 기대할 수 없는 백인 판무관이 오콩코의 일화를 ‘나일 강 하류 원시종족들의 교화’라는 제목부터 문화우월주의적인 저서의 한 소재로 사용한다는 책의 결말은 다시 읽어도 씁쓸하기 그지없다. 개인적인 비극이라는 초점에서 벗어나 작품의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자면, 치누아 아체베의 작품은 모두 이보 부족 기반의 나이지리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그렇지만 나는 한국 사람도 이와 같은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또한 외부 문명에 의해 전통사회가 송두리째 뒤엎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1930년생인 아체베도 이러한 ‘사회적 해체’를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다. 저자의 아버지가 소설 속의 은오예저럼 크리스찬으로 개종한 첫 세대였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대격변’ 이후 세대인 우리는 알음알음 전승되는 전 세대의 구전에 기대어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언컨대 오콩코와 같은 비극적인 삶이 순수한 상상의 산물만은 아닐 것이다.
2007년 부커 상을 수상한 아프리카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대표작품. 19세기 말 아프리카 우무오피아 마을이 폭력적인 서구 세력의 유입으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내어 아프리카 탈식민주의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오콩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19세기 아프리카 부족 마을의 삶과 아름다운 정신세계, 아프리카의 문화들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또한 영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들어선 19세기 중후반을 배경으로 하지만 ‘침입자’인 백인들에게 무작정 책임을 묻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우리의 세계는 왜 이토록 무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나? 하는 질문을 그 자신과 독자들에게 던지며 깊은 사유를 꾀하게 하는 소설이다.
Okonowo is the greatest warrior alive. His fame has spread like a bushfire in West Africa and he is one of the most powerful men of his clan.
But he also has a fiery temper. Determined not to be like his father, he refuses to show weakness to anyone - even if the only way he can master his feelings is with his fists. When outsiders threaten the traditions of his clan, Okonowo takes violent action. Will the great man s dangerous pride eventually destroy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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