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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dajv 2024. 2. 3. 11:06


고대 그리스 유적지들을 여행한 뒤에 남긴 한 여행자의 글이었다. 거기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그리스에서는 하루 종일 돌덩이들로 이동을 하는 느낌이다. 이런 돌무더기 유적지를 여행한다는 건 정말 머리에 쥐가 나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그 여행자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보통 2, 3천 년은 족히 된 것들이니, 거의 폐허 속을 걷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쓰러져 있는 돌기둥의 모양새도 비슷비슷하다. 당연히 지루할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돌덩이들만 보고 허탈해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이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지루하고 낯선 돌덩이들을 찾는 이들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다. (프롤로그 중에서...)대체 돌덩이 여행이라니?? 무슨 소린가 했었습니다. ㅡㅡ;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돌덩이들! 2, 3천 년의 시간을 품고서 여전히 그 자리에 남겨져있는 거대한 돌덩이들~ 사진 한 장 속에 담겨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냥 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게 됩니다!!사실 작가가 그 돌덩이들의 역사를 읊어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그곳에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더라면....... 제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그저 땅에 우뚝 박혀있는 하나의 돌덩이에 지나지 않았을 것인데, 작가의 글과 함께 역사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장엄한 기둥들로 건물들로 둔갑되어 보이는 순간은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짜릿합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랄까요. 작고 빼곡하게 쓴 건조체 글과 폐허로 보이는 사진 한 장~ 시각적으로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해박한 역사 이야기는 생각 외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진중한 여행 이야기에 푸욱~ 빠져듭니다. 솔직히 제가 언제 이런 여행을 떠나보겠습니까.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소시민이기 때문에 이런 꿈같은 시간 여행을 그런 장엄함을 직접 경험할 순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배울 수 있고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여행책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합니다. 사실 아마추어에게는 예술이나 학문 자체가 목적인 반면, 전문가들에게는 수단일 뿐이다. 학문이나 예술을 가장 진지한 열정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그 일 자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는 사람, 그래서 순수한 애정으로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이다. 최고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언제나 이런 아마추어들이었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쇼펜하우어 두려움으로 주춤거리던 나에게 용기를 준 글이다. 이런 것이 지식의 세계에서 맛볼 수 있는 달콤한 즐거움인지도 모르겠다. 주저함을 물리치고 돌덩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된 것, 그것은 세상은 늘 아마추어들에 의해서 새롭게 변해왔다는 믿음 덕분이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순수한 사랑과 열정, 무언가 해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을 지닌 사람들 말이다. 고대 트로이를 발굴해낸 고고학의 위대한 아마추어 슐리만은 자신의 책에 이런 말을 남겼다.그리스어를 공부하면서, 난 6주 후에는 내가 쓴 편지를 플라톤이 받아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각오로 공부했다. 만약 지금 당신이 가슴 뭉클한 무언가를 느꼈다면, 당신도 이들이 말하는 아마추어다. 언젠가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p.122)
터키ㆍ그리스는 누구나 동경하는 여행지지만, 막상 그곳을 여행한 많은 이들이 하루 종일 돌무더기 유적지만 보고서 실망해버리거나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는 데 그친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PD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터키ㆍ그리스 여행 에세이다. 그리고 관광의 차원을 넘어선 인문학적 탐문 여행으로, 유럽 문명 나아가 현재 우리를 지배하는 서구 문화의 뿌리 고대 그리스를 탐사한다. 터키 땅에 남아 있는 고대 이오니아 문명, 에게 해 섬들의 크레타 미노아 문명과 키클라데스 문명,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 문명과 델피의 신탁까지, 이 시간 여행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에 흩어져 있지만 비슷한, 비슷하지만 또 다른 ‘세 개의 그리스’를 그려낸다. 자유와 다양성, 신화와 현실, 이성의 세계와 상상력의 세계가 공존하는 곳. 저자는 터키?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그리스의 신화, 철학, 역사, 문화 그리고 경제 위기로 대표되는 오늘의 그늘까지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북트레일러 바로가기 ▷

프롤로그

chapter 01 | 터키 땅, 고대 그리스
금각만에서 이스탄불을 바라보다
트로이! 트로이!
파피루스에서 양피지로 책의 역사가 바뀌다
고대 그리스의 종합 병원, 아스클레피온
고대의 박물관, 에페수스
밀레투스, 철학은 어떻게 시작됐나?
디디마의 울보 메두사와 아폴론 신전
신들에게 물어봐
미토스, 로고스, 파토스
만 명의 병사를 살린 위대한 토론
고대 그리스인, 무엇이 달랐나?
고대 그리스인들의 개념
아미, 아미고, 프렌드, 도모다치… 여행길의 친구들 . 123
바다를 향한 관문, 성전의 현장 보드룸을 가다

chapter 02 | 바다 위에 뿌려진 그리스
이제 그리스의 섬들로
기사의 섬, 로도스
승리를 부르는 린도스 아테나 신전
비운의 섬 크레타, ‘페드라’에서 ‘그리스인 조르바’까지
유럽 문명의 첫 번째 연결 고리, 크레타 미노아 문명
산토리니 섬은 아틀란티스였을까?
비극의 탄생, 고대 그리스의 극장
산토리니가 품은 유적지, 티라
지중해가 아름답게 물드는 시간 ‘생크 아 세트’
키클라데스의 돌조각 예술품들
고대의 보물 창고, 델로스
꽃보다 아름다운 섬, 미코노스

chapter 03 | 세 번째 그리스, 델피로 가는 길
‘바람의 노래’를 듣다
신화의 어머니, 아테네
창조의 영감, 낡고 오래된 돌덩이
델피의 신탁에서 운명을 묻다
고대 그리스를 통해 운명이 바뀐 사람들
황금의 도시, 미케네
아테네의 아침
스물아홉 번째의 석양, 다시 이스탄불로

에필로그